드럼블입니다.
화학공학과를 졸업하면 대부분 제조업을 하는 기업의 공장에서 관리자나
기술개발자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제조업이 석유든, 약품/식품이든,
공산품이든 모든 것이 공장에서 나오죠. 물론 공장에도 여러 그레이드가 있지만요.
저처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영업직 쪽의 사람들에게 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너네는 회사 다니고, 우리는 공장 다닌다."라고. 자학개그.... 같은 뭐 그런.....

지속적으로 비싸지는 국내 인건비와 환경적인 제약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국내 인력들을 파견하여 공장을 관리하고 생산하는 것이, 국내에서 환경적인 제약과
비싼 인건비를 충당해가며 생산품을 만드는 것보다 제품의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해외로 파견되어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까지 그곳에서 회사 업무를 하는
인원들을 "주재원"이라고 칭하죠.
화학공학과 졸업 후에 취업을 하고, 나이를 어느 정도 먹다 보니,
이제 슬슬 회사에서 주재원을 나가는 자리에 제 이름이 종종 언급이 되곤 합니다.
입사 초기에는 "오~ 해외생활~ 멋있는데에~", 이런 뚝배기 깨진 생각들을 많이
했었습니다만, 대리를 달고 나서는 회사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인지 정말 나가기
싫었습니다. 한두 달 정도의 해외출장 때 보고 느낀 주재원들의 고됨을 알게 되어서
그런 것도 있었죠. 하지만 과장을 달고 있는 지금은 주재원 제안이 들어오면
자의든 타의든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회사 전체적인 인식이 주재원을 경험하지 못한
인원보다는, 짧게라도 경험한 인원을 경쟁력 있고 생존력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직설적으로, 경우에 따라 진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죠.
기업의 문화/복지에 따라 주재원들의 생활수준이 천차만별로 다르겠지만,
주재원 생활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물론 주재원 수당이 붙어서 연봉이 올라가고 복지의
깊이가 우리나라보다는 더 깊기 때문에 매력적인 점도 많습니다만, 상상과 예측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가서 겪어봐야 알게 되는 그 자잘한 생활 속의 어려움들이 뭉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단순한 노동의 고됨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두 달 정도 해외 출장을 갔었을 때, 주말 쉬는 날 다른 주재원들 따라서 동네를 구경하느라
택시를 탔는데, 뒷자리에 누군가 두고 내린 핸드폰이 있더라고요. 선입견 일 수 있지만,
택시기사에게 주면 왠지 주인한테 돌려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돌아가서
통역을 하는 현지 사원에게 "이거 택시에서 주운 건데, 인사팀 통해서라도 주인을 찾아
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하며 그 핸드폰을 건넸습니다.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OK"를 외친 그 통역 사원은 며칠 후에 저에게 그 핸드폰을 다시 건네며
어눌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 유심 꼈어요, 이거 쓰면 돼요. 받아요."
황당했습니다.....
통역 그분이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시고, 제가 대포폰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줄
아셨던 겁니다ㅡ_ㅡ. 회사 업무도 다를 것 없었습니다. 의사소통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몇 년씩 근무하며 그 나라 언어를 어느 정도 몸으로 익힌 주재원들은
저처럼 스트레스가 심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 수준에 오르기까지가 힘들었겠죠.
또,
아무리 해외공장이라도, 공장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 밀집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해있는 게 대부분이라서 근거리에서 원하는 생필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길도 모르고, 교통수단도 잘 모르고, 언어도 모르니
스스로는 비누 하나 사러 못 가는 제 처지가 그렇게 한심스럽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지극히 중산층이던 내가 해외 주재원 생활 때는 아주 쬐금 상류층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건 좋죠, 뭐 나쁠 건 없죠.
예를 들면, 인건비가 정말 싼 나라로 주재원을 가면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 하는
가사도우미나, 운전기사 등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에 너무 취하고 익숙해져서 우리나라로 복귀한 주재원 분들이 성격이
이상해져서 오신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 조심해야 돼요 그거.
다른 회사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회사에서 주재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저도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이 포스팅을
적습니다. 화공과를 졸업하시는 분들이나, 취업한 지 얼마 안 되시는 분들,
또는 어느 기업의 주재원으로 이직하시는 분들 등
누군가에게 읽어볼 만한 포스팅이었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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