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비전공자, 전기기사 필기 준비 중도포기 경험담.

드럼블입니다.

포스팅 제목을 보셨으니 대충 내용은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약 7개월 전에 호기롭게 전기기사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인터넷에 인강사이트나 카페에 전기기사 후기 글 들을 보면, 

대부분 갖가지 역경을 이겨낸 성공담들 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도 없는 시간 쪼개서라도 해보면 어떻게든 되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안 되겠더라고요. 중도 포기했습니다. 

 

이 포스팅을 적는 이유가, 전기기사에 도전하시는 분들의 자신감이나 의지를 

꺾기 위함이 절대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뛰다가 숨차서 멈추고 쪽팔리게 헥헥거리더라도, 일단 뛰기 시작해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굳이 실패한 경험담을 적는 이유는, 

저와 비슷한 환경과 상황의 분들이 도전하실 때, 앞에 어떠한 장애물들이 있는지 

미리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그 수많은 자격증 중에서 전기기사를 택한 이유는, 현재 직업에 어느 정도 연관이 되어

있기도 하고, 제조산업이든 어디든 전기 쪽은 필수적이면서도 범용적인 분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비전공자이고, 아직 기어 다니는 막내를 포함함 딸 둘의 아빠이며,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전문 자격증을 공부하기에는 만만한 상황은 아니긴 했습니다.

노후를 생각해서 40대가 되기 전에 뭐 하나라도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빡빡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뛰어보기로 했었던 거죠.

 

첫 시작은 인터넷강의 사이트에서 인강과 교재를 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와..... 뭔 구성이 가격별로 그렇게 많은 지, 

어떤 것은 평생 소장용, 어떤 것은 실기 빼고 필기만, 또 어떤 것은 기사+산업기사 복합 등등

선택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치만 전 다행히 평생 소장용으로 큰돈 할부로 주고 질렀었습니다. 

이때부터였을까요....포기할 운명이 시작된 것이....

 

공대를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비전공자가 전기 쪽 용어를 새로 받아들이고 개념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괜히 쓸데없이 쪼금 알고 있던 것들과 차이가 나면 의문점만 계속

생기고, 이래저래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미 쓴 돈이 있고, 노후에도 챙겨야 할 식구들 생각하면서 

퇴근하고 애들 재우고 밤 10시~12시 사이에 틈틈이 공부했습니다.

 

 

실제 공부할 때 쓰던 연습장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학적인 풀이들이 엄청 많고

공학용 계산기를 무쟈게 써야 합니다.

 

셀프로 연습문제 풀어보면 얼추 잘 맞추기도 하고 해서 조금씩 재미를 느끼던 찰나,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그때는, 신생아니까 애기가 누워만 있기 때문에 제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죠. 

하루 이틀 공부를 건너뛰게 되는 날이 생겨도 복습 조금만 하면 다시 따라가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부터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애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기들이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서고, 걸음마하기까지가

엄청 힘듭니다. 하루 종일 쫓아다니면서 아예 눈을 뗄 수가 없죠.

이때부터 공부를 건너뛰게 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다시 쫓아가기엔 머리도 딸리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물론 수많은 합격후기들을 보면 이 모든 게 핑계일 뿐입니다만,

보통의 의지와 머리로는 하루에 한두 시간 공부해서 가능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다 보면 앞에 내용을 또 까먹게 됩니다 ㅜ-ㅜ....

비전공자이다 보니 어떤 이론을 밑바닥까지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무작정 외워야 하는 공식이나 문제풀이 방식들이

많아지고, 그런 것들이 많아질수록 짧은 공부시간으로는 외우는 거 반, 까먹는 거 반이었죠.

그래서 이 부족한 머리로는 더 이어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예 3~6개월 맘 잡고 공부만 하실 수 있으시거나,

못해도 하루 3~4시간 정도 매일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각오하시고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당장은 중도포기 중입니다만, 둘째가 좀 더 커서 제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날 때

다시 처음부터 재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완전한 포기는 아닙니다!

 

제가 필기시험에라도 합격하는 날, 당당히 인강 어디껀지도 밝히고 인강 선생님 

잘 가르치신다고 홍보도 좀 하고 하고 싶네요ㅜ_ㅜ....

 

숨 쉴 틈 없이 사는 와중에도 자격증 공부하느라 바쁜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파이팅하시고, 

자고 내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