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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이야기

화학공학과 졸업 후, 취업해서 하는 일.

토요일.

온종일 육아에 목매다가 늦은 시간에 노트북을 켰다. (모든 아빠/엄마들, 화이팅 ㅜ_ㅜㅋㅋ) 

오늘은 내가 평소에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해, 혹시나 도움될 분들이 있을까 싶어서 한 줄 적는다.

 

나는 03학번으로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이의 어중간한 그룹에

취업하여 11년째 한 공장에서 생산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중간중간 장기로 해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하고, 때로는 프로젝트로 설계일을 하기도 했으나,

주된 업무는 생산관리이다.

아직 화학공학 재학중인 대학교 후배들을 만나는 술자리에서 항상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된다.

1번, "선배님, 선배님 정도 연차되면은 연봉이 얼마인가요??"

2번, "선배님, 취업하면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그렇다.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보다는 연봉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한 때지.... 암.... 나도 알지...

 

현재 화학공학을 재학 중이거나, 화학공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이 글이 

아주 작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1번 질문 관련,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회사에서도 평가제도를 타고 매년 연봉 인상 비율이 달라지게 되면

입사 연도가 같은 동기끼리도 연봉 차이는 크게 뛸 수 있다. 

따라서, 동기끼리도 연봉을 터놓고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 동기들의 나이가 다 같지 않기 때문에, 형/동생 관계 기반에서 연봉이 

역순으로 차이가 나면 서로 민망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오픈하지 않고,

서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작용한다.

연봉을 묻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연봉을 따지기 보단, 자신 스스로를 냉정히 평가하고 지금 본인의 스펙과 능력으로 그 회사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의 회사인지 파악하고 지원하는 걸 추천한다.

혹자에게는 너무 비관적인 얘기일 수 있으나, 운 좋게 내 능력보다 상위에 위치한 집단에

속한다 해도 "보통사람"이 그 환경과 경쟁을 뚫고 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지금 내가 하는 얘기는 한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보고 덤비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자, 오늘 포스팅을 하는 목적인 "2번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넘어가자.

화학공학 졸업 후, 취업해서 하는 일.

지금부터 쓰는 경험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한 케이스일 뿐, 회사마다 직무마다 차이가 있다.

나는 내가 "생산관리"업무에 몸을 담고 있으니 그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생산관리 업무가 무엇인지 축약해서 간단히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제품 생산 관련 실적(수율/생산량/원가) 관리"

생산관리는 담당하는 제품의 기간별 실적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업무이다.

조금 더 덧붙여 말하자면,

내가 담당하는 공정의 실적을 유지 또는 개선하면서,

유관 부서들(환경/보전/QA/물류/영업/CM/연구소 등)과 협업(or개싸움)을 하고,

operator(현장 운전자)들과 또 협업(or개싸움)을 하는 업무이다.

 

대학교 수업에서는 아무도 실제 현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본인들이 하게 될 일들,

또 취업해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중요한 전공과목들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이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비싼 학비를 대는 많은 학생들이 지금의 나처럼 일반 회사에 취직하여 이와 비슷한 업무들을 

하고 있을 텐데, 돌이켜보면 정작 학교에서는 석사 또는 박사가 되려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한 것 같다. 뭐... 다른 대학교는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랬다.

화학공학 전공 중, 내 현업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단위조작"이다. 

다른 전공책들은 1년에 2번 정도만 펴본다면, 단위조작 책은 아직도 1달에 1번은 펴본다.

그 정도로 현업에 영향력이 있는 과목이지만,

시험 범위에서 조차 빠져있던 부분들이 현업에서는 중요한 부분들인 경우도 많았다.

아직 재학 중이고, 생산관리를 염두에 둔 후배들이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다른 건 몰라도 단위조작은 꼭 열심히 수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단위조작이 활용되는 현업 중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관리하는 공정 중 한 부분에서 목적 물질(제품 solution)의 온도를 높이는 공정을

추가해서 어떠한 개선을 바라는 경우, 열교환기를 설계하여 업체들에게 견적을 의뢰하고, 

적합한 업체와 설비구매를 진행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열교환기 제작 업체들은 몇 가지의 데이터만으로 직접 설계를 해온다. 

하지만, 업체의 설계에만 의존하면 수많은 업체들의 견적서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의 설계능력은 필수이다.

열교환기 설계에는 △T(LMTD), 재질, 전열면적, 총괄열전달계수, 향류/병류 등 확인 또는

계산해야 하는 항목들이 많은데, 이는 단위조작에 모두 포함된 내용들이다.

 

어후... 생각 없이 그냥 막 쓰다 보니 벌써 12시다ㅜ_ㅜ......

내일 아침 8시면 또 어김없이 첫째 딸이 머리채를 잡을 것이므로 이 포스팅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해야겠다. 더 자세한 경험담들은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조금씩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뭔가 마무리 인사를 하긴 해야 될 것 같은데, 누구한테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상하다.

암튼!  자고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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