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또 한 분을 보냈다.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하신 분이시긴 하지만, 정년퇴임도 아니고 명예퇴직도 아닌
그 사이 어중간한 퇴직이었다.
같은 팀이었지만 평소에 그렇게 살갑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적당한 업무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분이 퇴직하신다고 팀 회식이 잡혔지만, 그닥 내키지도 않았다.
팀 차원에서 감사패며 선물까지 준비했고, 플랜카드까지 건다는 걸 간신히 말렸었다.
그분 가시는 마지막 회식자리에서 단순히 어색해지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곧 그 모습이 될 것 같았고, 나름 노후를 준비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뭔가 모르게 그 분을 대하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퇴직을 축하는 자리가 아닌, 머쓱하게 위로하는 자리가 되었다.
근 30년이 넘는 청춘을 이 회사에 다 바치신 분일텐데,
마지막 가시는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왜 이 회사에 목매달고 있을까..
내가 기대하는 내 마지막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웃으며 이 회사를 떠나게 될 확률은 아마 30%를 넘지 못할 것 같다.
중역을 달고 회사가 주는 리스차를 몰며, 떵떵거리고, 대접받다가 떠나면
그땐 웃으며 떠날 수 있을까.
아.... 모르겠다.
내 인생이 이 정도면 다행인 건지, 꿈을 좇을 용기도 없는 ㅄ인 건지.
암튼 오늘은 기분이 좀 그렇다.
답도 없는 문제에, 자신감만 바닥난다.
개천에서 용 난 놈이 아닌 내가 별 수 있나.
여기서라도 인정받으려고 발악해보는 수밖에.
우울한 얘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ㅜ_ㅜ.
오늘은 진짜 기분이 좀 그렇네요.
시원하게 코 한번 골면서 푹 자고, 다시 리셋된 모습으로 내일 봅시다.
우리 월급쟁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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