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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이야기

친구를 대하는 자세.

어제 밤늦게 거의 한 6년 만에 한 친구에게서 부재중 통화가 와있었다.

'뭐여, 이놈 연락 한번 없더니 결혼하나..'

그래도 한때 가까웠던 친구여서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었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다가 내 이야기가 나왔고, 그냥 단순히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단다.

안부를 확인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늘 그렇듯 "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로

6년 만의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통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그 자리에서 생각했다.

내가 친구를 대하는 마음과 내 친구관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건조해졌을까.

 

20대 때는 항상 모든 걸 친구들과 함께 했다.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제일 신나고

자유로웠다. 한편으로는, 여자친구와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있는 게 더 재미있었다.

무슨 청춘영화의 오그라드는 한 장면처럼 그 많던 친구들이 모두 내 평생 함께 할

사람들이라고 굳게 믿었고, 친구들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래 중에서 취업을 일찍 한 편인 나는, 주말이면 고향으로 올라가서 아직 백수인 친구들을

모두 불러내고 술을 사 먹이기 바빴다. 유부남이라고 안 나오는 친구들을 무시했었고,

여자친구 눈치 보고 못 나오는 친구들을 안주삼아 다른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다. 

나 스스로 우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친구들 전화에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각자 여러 지방으로 취업을 해서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고,

회사에서의 책임이 점점 늘어나고, 하나둘씩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님들의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

우선순위가 가족들로 바뀌고,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어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군가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냥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 같다.

 

친구관계가 예전만 못한 것에 대해서 나 스스로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 한다.

각자의 자식들이 지 친구들과 나가 노는 나이가 될 때 즈음, 

나는 다시 친구들을 만나서 우리가 언제 멀어졌었냐는 듯

야무지게 놀아제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서로 켜켜이 쌓아온 에피소드들을 풀어내느라 오디오 빌 틈도 없이

침 튀어가며 얘기하고 웃고 떠들고 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색할 틈이 없을 만큼의 추억은 쌓아 놨으니까.

 

각자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들을 잘 보내고,

편안하게 다시 뭉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자고 내일 봅시다!